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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동네서점은 어디로 갔을까?

한알맹 2011. 1. 25. 12:35



안녕하세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블로그 지기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가까운 동네서점에 들러 책을 골랐던 경험이 있을 텐데요~
빽빽이 꽂혀있는 서가를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 서점주인과 도란도란 책 이야기를 나누며
느꼈던 즐거움은 동네서점이 주는 소소한 행복이었죠.

그러나 이러한 행복이 아련한 기억의 산물로 바뀌고 있습니다. 동네서점이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에 밀려 점점 그 자취를 감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추세 속에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동네서점의 최근 움직임과 그 의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 많던 동네서점은 어디로 갔을까?
 

▲ 부산 남천동의 ‘인디고 서점’

“동네서점이 온라인서점보다 비싼데 왜 가?”

엄마의 손을 잡고 한 초등학생이 동네서점을 찾았다. 이들이 구매하고자 한 것은 바로 인근 학원에서 쓰이는 사설교재. 계산이 이뤄지는 동안 아이 엄마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진즉에 엄마한테 말했더라면, 온라인으로 사서 이렇게 비싸게 안샀잖아!”
서점주인인 A씨는 당시의 당혹스러움과 씁쓸함을 미소로 감출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A씨는 “사람들이 온라인서점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며 “인근에 남아있는 서점이라곤 여기뿐이



지만 이대로라면 문을 닫는 건 우리도 시간문제”라며 한숨을 쉬었다.
사람들이 동네서점을 기피하는 큰 이유로는 온라인서점이 등장하고 그 후 나타난 도서 정가제 파괴를 꼽을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망의 확산과 함께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온라인 서점이 빠르게 성장했다.
이들 업체는 그동안 서점과 출판계에서 고수해왔던 도서 정가제를 무시하고 대대적인 할인에 들어갔다. 10%에서 50%까지 책값을 할인하거나, 책을 한 권 사면 다른 책을 한 권 더 주는 1+1 행사 등으로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를 자극했다.
그 결과 좀 더 싼 값에 책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정가로 책을 파는 동네서점 운영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와 같은 대형서점의 대대적인 홍보 또한 동네서점이 사라지는 이유 중 하나다. 기업화된 서점과 동네서점의 싸움은 불을 보듯 뻔한 승부였다. 대형서점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넓고 편리한 시설과 다양한 도서를 보유하고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한 대형문고를 찾은 김기성(32세, 서울) 씨는 “서점주인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대로 책을 읽을 수 있어 대형서점을 자주 이용한다”며 “구매 후 서점 내 커피숍에서 책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빈약한 독서문화도 언급된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결과, 성인 10명 중 3명은 1년 동안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부터 30대까지의 독서율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또한 2009년 교보문고에서 집계한 연령대별 베스트셀러 점유율을 보면 20대의 경우, 2008년 43.8%에서 2009년 41.1%, 2010년 37.0% 으로 매년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울산의 ‘동아서점’ 관계자는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10권을 사가지, 10명이 한 권씩 책을 사진 않는다”며 “책은 구매하는 사람만 계속 구매하는 경우가 많고 그 연령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동네서점에는 책이 없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회장 이창연)가 펴낸 ‘2010년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08년 말 국내 서점 수는 2천846개로 2007년 보다 401개 줄었다. 출판계에서 상설기구로 ‘서점부도대책위원회’까지 구성했을 정도로 서점의 폐업이 빈번한 상황이다.
살아남은 동네서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직원 수를 최대한 줄이고 되도록 많이 팔리는 책을 구비하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은 주로 중·고등학교 수험서가 차지한다. 이마저도 미처 온라인으로 구입하지 못한 몇몇 학생들이 찾는 게 전부다. 판매하지 못한 문제집은 도매상에 반품하게 되고 도매상은 이후 해당 서점에 납품을 꺼리게 된다.

원하는 책을 동네서점에서 찾지 못한 소비자는 ‘동네서점은 책이 없다’고 인식하게 되고 온라인이나 대형서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네서점은 더더욱 손님이 줄어들게 되고 문제집만 취급하는 서점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인천의 한 동네서점에서 ‘리영희 평전’을 찾던 임은경(29세, 인천) 씨는 “보고 싶은 책을 사려고 서점을 왔지만 보다시피 책이 없지 않냐”며 “이곳이 집과 가까워 가끔 찾지만 찾는 책이 없을 때가 많다”며 책을 구하기 위해 대형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 서울 응암동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도서 정가제, 동네서점의 희망

동네서점은 운영방식에 변화를 주면서 ‘살아남고자’ 여러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적립금 제도를 도입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적립금 시행이 한발 늦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대연(32세, 울산) 씨는 “이전부터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적립금을 모아왔기 때문에 되도록 온라인, 대형서점을 이용하고 있다”며 “게다가 동네서점의 적립금은 보통 몇 천점 이상이 돼야 쓸 수 있는데 온라인, 대형서점의 경우는 단 1점이라도 사용이 가능해 쓰기도 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금원문고’ 관계자는 “구입가의 5%를 적립해주거나 현금 할인 등으로 단골 유치에 힘쓰고 있지만 매상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점 관계자들은 동네서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립금 시행, 현금 할인보다 ‘도서 정가제 확립’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서 정가제가 확립되지 않으면 동네서점이 고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이창연 한국서점연합회 회장은 “안정적인 도서 정가제를 바탕으로 서점 간의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하는데 현재 온라인 서점 판매로는 동네서점의 고사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서 정가제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은 사뭇 다르다. 지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서할인율을 기존의 19%에서 10%로 줄이기 위해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의 개정안을 심사하기로 했다. 이에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대형 인터넷 서점들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고 불과 며칠 만에 2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김은영(국문 3) 학우는 “소비자가 싸게 책을 사겠다는 데 이를 막는게 이해가 안된다”며 “도서 정가제가 소비자에게 대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먼저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서점·출판계 측은 “책은 가격이 아닌 가치의 높고 낮음으로 경쟁하는 상품인데 가격경쟁 논리에 맡기면 상업적 출판이 횡행할 것이다”라며 “도서 정가제가 무력화되면 할인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군소 출판사와 중소 서점 등은 더욱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도서 정가제가 제대로 정착되면 할인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므로 오히려 책값에서 거품을 빼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보았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때 마치 싸게 사는 것 같지만 출판사에서도 할인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가격거품이 형성된 상태”라며 “처음엔 서점과 출판사로 타격이 미친 후 저자에게로 그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결국 독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도서 정가제 시행 여부는 궁극적으로 온·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사의 존립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서점·출판계 측은 도서 정가제 시행에 대해 서명 운동 등으로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도서 정가제의 장점과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책방이음’

풀뿌리 지식 공간으로 변화해야

최근 동네서점들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변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동네 서점을 외면하는 것에 대해 ‘환경만 탓하고 서점 스스로 변화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책이 있는 글터’의 이연호 대표는 동네서점이 그 지역의 문화·지식·학술 등의 중심 거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대표는 “지금까지 동네서점은 가만히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지역 주민들이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돼야한다고 본다”며 “동네서점이 어설프게 대형서점을 따라하는 것보다 지역 특색에 맞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자성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난 2008년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지역문화센터 모델서점사업’을 시작했다. 동네서점을 지역사회의 문화거점공간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모델서점을 통해 동네서점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울산에 위치한 ‘도담도담 책놀이터’의 경우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좁은 공간에 빽빽이 책만 쌓여져 있는 여느 서점과 달리 햇볕이 잘 드는 널찍한 공간에 의자와 큰 책상이 놓여 있다. 책상 위에는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동화책과 소설책이 구비돼 있다.
김귀옥 사장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혹은 나와 책에 관한 이야기나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며 “동네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들어와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통 다른 동네서점에서 주인의 눈치를 보며 서서 책을 보던 것과는 달리 이 서점에서는 아무 책이나 쉽게 뽑아 볼 수 있는 내 집 같은 편안함을 추구한 것이다.

도담도담 책놀이터’에서는 독서공간 마련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엄마가 함께 하는 ‘책 함께 읽자’ 강의나 ‘어린이 동화 낭송회’ ‘박목월·김동리 문학관 탐방’ 등 다양한 독서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책만 파는 서점이 아닌 문화활동을 통한 살아있는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모델서점으로 서울의 ‘도원문고’와 부산의 ‘다대서점’, 충주에 위치한 ‘책이 있는 글터’ 등이 있다. 전국 2천여개의 서점에 비해 모델서점의 수는 10여개에 불과해 사실 존재감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모델서점은 다양한 서점문화를 선보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의가 있다.


동네서점의 ‘지역성’을 발판삼아 각 지역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서점도 있다. 서울 응암동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지역의 시민단체와 함께 청소년 현장 학습을 주도하거나 지역 공부방을 운영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 남천동 ‘인디고 서점’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문학 독서클럽을 운영, 청소년이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또한 대학로 ‘책방이음’도 대학로에서 공연 등이 자주 열리는 점을 살려 다양한 예술분야의 서적을 구비해 오랫동안 이용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윤성근 사장은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책을 지역 주민들과 나누기 위해 서점을 열었다”며 “동네서점이 지역주민 지식 성장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관심이 동네서점에도 나눠지기 위해서는 지식 경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동네서점이 진짜 ‘동네의 지식창고로의 역할’을 지켜내기 위해선 동네서점이 우리 동네의 ‘지식의 보고’라는 이미지 재고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네서점이 단순히 책을 사는 공간이 아닌, 지식을 나누는 가장 기초적인 장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서점 운영자의 책에 대한 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많은 동네서점들이 골목 어귀에서 ‘지식의 씨앗창고’로 우리 동네를 지키고 있다. 이 씨앗을 문화의 꽃으로 피우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진희 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동네서점이 지역의 문화를 외부로 전파하는 ‘풀뿌리 지식’의 기반이 될 때, 동네서점으로 소비자들이 눈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neunga99@knou.ac.kr

출처: 2011년 1월 17일에 학보사에 실린 내용
http://news.kno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