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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TV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 음성으로 유명한 서혜정 성우의 이야기..

한알맹 2011. 1. 27. 12:35



안녕하세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블로그 지기입니다.
여러분~ ‘재밌는TV롤러코스터’ “오 마이 갓!”,  외화시리즈 ‘X 파일’ "스컬리 요원 음성"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목소리가 있으시죠~? ^^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서혜정 성우"인데요~^^ 지난번 KBS 본관에서
서혜정 성우를 만나 그녀가 생각하는 성우의 매력과 일에 대한 열정 및 신념을 들어봤어요~^^


 
“세상 모든 소리에 마음을 열고 싶어요.”
 
 
케이블TV방송 ‘재밌는TV롤러코스터’에서 극 중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감탄사, “오 마이 갓!” 우리에게 친숙한 이 내레이션은 과거 인기 외화시리즈 ‘X 파일’의 여주인공(스컬리 요원) 음성으로도 유명한 서혜정 성우의 목소리이다. 그녀는 방송대학TV에서 방송프로그램 녹음작업을 하기도 했고, 지난해 초에는 여성경력개발을 위해 우리 대학이 여성가족부와 맺은 MOU에서 우리나라 대표여성멘토 20인 중의 한 명으로 선정돼 방송대와는 인연이 깊은 편이다. 지난 12일 여의도 KBS 본관에서 서혜정 성우를 만나 그녀가 생각하는 성우의 매력과 일에 대한 열정 및 신념을 들어봤다. 



▲ 성우 서혜정

서혜정이 바라보는 ‘성우’

서혜정 성우는 1962년 생으로, 서울예술대학 재학 시절인 스무살에 KBS 17기 공채 성우로 데뷔했다. 그간 출연 작품들만 해도 1천여편에 이를 정도. 오랜 시간 목소리로 승부해 온 그녀는 성우라는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30여년 동안 ‘인간 서혜정’이 아닌 ‘성우 서혜정’으로 살아왔던 것 같아요. 메소드 연기를 통해 작품 속 배역에 몰입되면서 빙의가 됐었다고나 할까? 성우라는 게 세상 모든 소리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야 하는 직업이기도 해서요. 깊은 침잠의 시간을 통해 세상에 필요한 나로 거듭나는 과정을 겪어왔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직업에 더없이 자부심을 느낀다는 그녀는 다시 태어나도 성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물론 보수도 적고 일이 없을 때는 스트레스도 받지요. 외화도 점차 더빙보다 자막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고요. 하지만 일 자체가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직업 특성상 늘 이야기를 접하며 살 수 있어 오히려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그녀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고은정 성우(76세, KBS 성우 1기)를 들었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서혜정 성우 역시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이 아름다운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 비결은 바로 ‘건강한 몸’이었다. 신체적 건강을 비롯한 몸 전체의 컨디션이 좋아야 윤기 있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흔히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하는데 저는 성우도 잠꾸러기라고 생각해요. 잠을 푹 자야 힘이 넘치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에요. 외화시리즈 ‘판관 포청천’의 주인공 목소리(노민 성우) 기억나시죠? ‘여봐라!’ 할 때 굉장히 힘이 넘치는 소리가 나오지 않나요? 건강한 신체에서 좋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거죠. 자신이 의지를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고 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음주를 거의 안하고 있어요. 담배는 말할 것도 없고요.”



힘들었던 과거와 가족의 존재가 나를 있게 해

유년시절, 서울 목동의 판자촌에서 철거에 대한 불안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는 서혜정 성우. 그녀는 어린 시절의 지독했던 가난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교는 장학금을 받아 어찌 다녔는데 고등학교는 답이 안 보였어요. 그러다가 교내 매점에서 일하면 근로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 덕분에 고등학교 시절 매일 새벽에 일어나 매점근무를 병행하며 학업을 했어요. 덕분에 근면 성실함을 몸으로 배울 수 있었지요. 제게 성우라는 꿈이 있는 이상, 포기하거나 좌절할 수는 없었어요. 항상 긍정적으로, 낙천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죠.”

어려운 시절 경험했던 사회생활이 훗날 대인관계가 중요한 성우계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고.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믿어주고 모든 것을 내어준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사실 불우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엄마의 사랑이었어요. 제게 모든 것을 희생하고 헌신하셨거든요. 제가 아이들을 낳은 뒤에도 일 때문에 바쁜 저를 대신해 손자·손녀까지 대신 맡아 키우셨고요. 엄마가 지닌 긍정의 힘을 많이 배운 덕에 저 역시 아이들에게 단 한 마디도 부정적인 말은 안했어요.

어차피 아이들은 뭐가 옳고 그른지 알고 있거든요. 저희 엄마가 가르쳐주신 자식 교육인 셈이죠. 엄마는 올해 여든 둘인데도 사회에 뭔가 보탬이 되고 싶다고 얼마 전 시신기증 서약을 하셨어요. 가진 게 없으니 육체라도 기증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딸인 제 입장에서는 마음이 안쓰럽고 걱정돼서 엄청 울었더랬죠.”



항상 이 사회에 빚을 지고 있다는 의식 들어

지난해 <속상해하지마세요>라는 자서전을 통해 가난한 유년시절은 물론, 이혼의 상처, 오디오북 사업실패 등 자신이 간직했던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낸 서혜정 성우. 그녀가 책을 펴낸 이유는 아직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빛이 되고 싶기 때문이란다.

“아직도 이 세상엔 경제적으로 그늘진 분들이 많아요. 그 분들이 매스컴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성공의 모습들만 보면 좌절할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저는 꿈과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죠. 지금은 조금 유명해졌지만 제게 이런 과정이 있었다는 걸요. 자신감과 꿈,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사셨으면 해요. 이렇게 하는 게 제가 이 세상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고요.”


그녀는 돌아오는 금요일에도 춘천에 있는 소년원에 가서 어린 친구들에게 책에 차마 쓰지 못한 힘들었던 과거 얘기들을 할 계획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통해 꿈과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공연해설과 KBS성우극회와 자매결연을 맺은 노원시각장애복지관 등에서 정기적인 봉사를 하는 등 자신의 재능 기부에도 앞장서고 있었다.

“소리를 필요로 하는 분들이 있다면 당연히 가야죠. 봉사라는 게 내 것을 주는 게 아니라 실은 얻는 것이거든요. 그분들과 교감하면서 긍정적 에너지를 얻고 일상을 더 열심히 살게 되니까요.”
늘 소통을 통해 더 많은 세상을 만나고, 알아가고 싶다는 서혜정 성우. 그녀는 심장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다 같이 나누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서로서로 나눴으면 해요. 그게 사랑이죠. 내 안에 사랑이라는 게 없으면 불가능해요. 서로 온기가 없으면 안되는 거죠. 가진게 없는 사람은 받으면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고요. 당장은 본인이 손해 보는 것 같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땐 결국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에요.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죠.”
아울러 그녀는 친한 후배가 탄자니아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며 <속상해하지마세요>의 수익금을 현지의 우물 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새로 만들게 될 우물은 ‘대한민국 엄마의 샘’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엄마가 고생하시고 다 키워주셨으니 엄마에게 보답하는 차원이랄까. 자식된 도리로서 조금이나마 효도하려고요. 나중에 그곳에서 직접 봉사할 계획도 있어요.”



방송대 학생의 꿈과 희망을 위해

육아휴직과 같은 경력단절로 인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방송대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그녀는 흔쾌히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미쳐야 미친다는 얘기가 있어요. 미쳐야지만 경지에 다다른다는 이야기죠. 무언가를 시작하는 데는 따로 시기가 없어요. 저도 대학원도 가고 더 공부하려고요. 작년부터 타 대학 강의를 나가는데 30년 째 현업 생활을 했어도 경험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거든요. 학부는 작년에서야 명예 졸업했고요. 물론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해야겠지만 심리·철학도 공부하고 싶고 학문에 대한 전반적인 갈급함을 느껴요.”

그녀는 앞으로 십년 후에는 또 어떤 분야가 생길지 모른다며 도전을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다가 새로운 도전을 못하는 일이 제일 안타깝다고.

“남들이 말하는 것에 좌우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야죠. 내가 소망하고 있는 것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이뤄질 거예요. 만약 남편이나 자식 등 가족들이 눈에 밟히는 전업주부라면 더 열심히 살아야겠죠. 계산적으로는 힘들 것 같지만 거기에는 수학적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불가사의한 힘이 있어서 열심히 살수록 생활이 풍요로워지고 윤택해지는 것 같아요.”

서혜정 성우는 이 힘은 고갈되거나 부정적인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며 웃으면서 주문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자신이 정한 길을 가면서 그날그날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들을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 꿈이 이뤄져 있을 거예요.” 



성우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본인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신중히 판단하는 게 좋아요. 저는 직업의 수단으로 성우를 생각하진 않았어요. ‘가난해도 좋아, 이게 내 인생이야’라는 마음을 먹어야 해요. 성우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접근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는 일단 예능인이기 때문에 무조건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부분도 있다는 걸 명심하셨으면 하고요. 제일 중요한 건 재능인데 그건 본인이 직접 판단할 수 있다고 봐요. 물론 재능 있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운도 따라야죠. 전혀 엉뚱한 분야에서 오는 사람도 있으니까 전공은 걱정하지 마시고요.

단 목소리, 발음, 발성은 기본이에요. 처음부터 아마추어끼리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하는 건 절대 반대에요. 우선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나윤빈 기자: scv@knou.ac.kr  

출처: 2011년 1월 17일에 학보사에 실린 내용
http://news.kno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