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 사람들/방송대 동문 이야기

조남철 총장과 동문 장재진 회장 대담 인터뷰(한국경제)

한알맹 2012. 8. 30. 22:29

CEO가 만난 모교 총장
조남철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장재진 오리엔트바이오 회장

학벌로 패거리 짓는건 나쁜 문화
기업 옥죄어선 일자리 창출안돼…청년들 '淸富기업가' 꿈꿨으면

취업해보면 세상 보는 눈 달라져
대학서 中企경력 가산점 주면 청년실업·인력난 동시 해결될 것



▷사회=최근 고졸 취업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조남철 총장=모든 사람이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는 게 당연한 말인데도 우리 사회는 너무 대입  일변도로 치우쳤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충분히 좋은 직장에 갈 수 있고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활용해 나중에 원하는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내리면서 고등교육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습니다.

▷장재진 회장=교육은 공부 잘하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사회에 접근할 수 있는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수단이죠. 중·고등학교에선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재능과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고졸 취업 활성화는 교육의 사회 접근 수단으로서의 측면을 발전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남철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왼쪽)과 장재진 오리엔트바이오 회장이 서울 동숭동 방송대 연구동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조 총장이 "'무조건 대학부터 가고 보자'는 인식이 바뀌어야 고졸 취업이 뿌리내릴
수 있다"고 하자 

             장 회장은 "고졸 취업이 활성화되면 청년 실업이 해소되는 등 사회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된다”고 화답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사회=고졸 취업을 더욱 활성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장 회장=남자들은 군대 문제부터 해결해줘야 합니다. 대학 가면 졸업할 때까지 군대를 연기해주지만 취업하면 연기가 안 됩니다. 오히려 취업하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군대 연기가 가능하게 해줘야 합니다.

▷조 총장=과거 대학 가는 사람이 적을 때는 대학생에게 군대 연기와 같은 우대를 해줄 필요도 있었겠죠. 이제는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이 70%가 넘는데 그런 특혜를 줄 필요가 있을까요. 직장에서 하던 일과 비슷한 업무를 군대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도 필요합니다.

▷사회=선취업 후진학 제도도 보완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장 회장=요즘 고등학생들은 학생부에 스펙 한 줄 더 넣으려고 갖가지 활동을 하죠. 대학들이 직장 경력에 가산점을 준다고 하면 고졸 취업이 크게 활성화될 것입니다. 특히 중소기업 경력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준다면 중기 인력난과 청년 실업이라고 하는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요즘 자녀 교육이 부모들에게도 너무나 큰 짐이 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자식 푸어’라는 말을 하겠습니까. 이런 사회 문제 해소에도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조 총장=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1000만원을 받지만 2000만원짜리 교육을 해주는 대학도 있고 700만원을 걷어가면서 100만원어치만 가르치는 대학도 있습니다. 문제는 허술한 대학에라도 일단 가야 한다는 사회적인 인식이죠. 이건 ‘학벌’이라는 우산 아래 패거리를 지으려는 아주 나쁜 문화입니다.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일이죠.

▷장 회장=고졸 취업은 청년 자신에게도 결코 마이너스가 아닙니다. 요즘 별 생각 없이 대학에 가고 보니 막상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취업을 해보면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저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중동 건설현장에서 일했고, 귀국해선 방송대 다니면서 밤에 슈퍼마켓에서 빈 박스 수거하는 일을 했습니다. 힘든 일을 하면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배웠습니다. 그러고 나서 공부를 해보니 훨씬 잘되더군요.

▷사회=청년 실업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입니다.

▷조 총장=일자리 만드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지금 우리 사회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만드는 건 기업인데 기업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이해가 잘 안됩니다. 왜 우리 기업들이 중국이나 베트남에 일자리를 만들고 있을까요.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니까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기업들이 잘못하는 부분도 물론 있겠지만 다독이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잡혀야 일자리도 생기겠죠.

▷장 회장=요즘 우리 기업들은 크려고 하질 않습니다. 제도적으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커지면 세제 혜택이 많이 없어지기도 하고, 대기업이 되면 어떤 사회적인 지탄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발전할 때 오히려 인센티브를 줘야 일자리가 크게 늘어납니다.

▷사회=창업이나 기업가 정신이 장려돼야 하겠죠.

▷조 총장=말 그대로 풀어보자면 기업가(起業家)는 기업(企業)을 일으키는 사람이죠. 기업을 일으키려면 도전정신을 가진 탐험가적 기질과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기업가 정신을 가지려면 다양한 경험이 필수입니다. 요즘 대학은 너무 비슷한 학생들만 많이 모이는 문제가 있죠. 다양한 국가와 문화,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 공부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덧붙이자면 우리 시대에에는 청부(淸富)라는 말이 어울리는 기업가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깨끗하게 열심히 벌어서 그만큼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가에게 청빈(淸貧)에 대응하는 말로 써줄 수 있겠죠. 젊은이들이 ‘청부 기업가’를 꿈꿨으면 좋겠습니다.

▷장 회장=저는 창업하고 기업을 키워내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선뜻 기업가 정신이 어떤 것이다 말씀드리기 꺼려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가 정신을 꼭 창업하는 데만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꼭 이뤄내야겠다는 꿈과 도전정신이 핵심이니까요. 예술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예술을 하고,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돈을 버는 데 집중하면 됩니다.

정리=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조남철 총장은…

조남철 한국방송통신대 총장(60)은 연세대 국어 국문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청록파 시인 고(故) 박두진 선생의 마지막 제자 중 한 명이다. 1987년 방송대 교수로 부임해 2010년 6대 총장에 선임됐다. 조선족 학생들에게 사비로 20년째 장학금을 지급해오는 등 재외동포 인권과 문화 발전에 관심이 많다.

장재진 회장은…

장재진 오리엔트바이오 회장(51)은 포항고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방송대에 재학 중이던 1991년 실험동물 제조업체 바이오제노믹스를 창업했다. 이후 건국대에서 수의학 석사, 경희대에서 수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시계업체 오리엔트를 인수, 9개 계열사로 구성된 오리엔트바이오그룹을 이끌고 있다. 모교 오천중 재단인 해은학원 이사장을 맡아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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