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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터 에세이] 방송대에서 다시 찾은 희망

한알맹 2016. 5. 11. 16:00

 

 


30대 초반 경제적으로 넉넉하던 시절, 나는 아이들을 학교와 어린이집으로 보낸 후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자주 백화점을 찾았다. 그렇게 지하에서부터 한 층씩 오르며 자신이 무엇을 찾는지도 모르면서 여기저기를 살피고, 허전함을 달래려 쇼핑을 하고, 친구와 아무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의미없고 무료한 나날들이었다. 

 

 

part1. 불행은 늘 갑자기 찾아온다

 

그렇게 무엇이 중요한지 몰랐던 어느 30대 중반의 어느 날,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무기력함과 말을 잃어버리는 큰 불상사가 다가왔다. 방에 누워 침대만 바라보며, 몸을 일으키고 싶지만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순간이 왔다. 아이들을 위해 일어나야 했지만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몸과 마음이 따로 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조금씩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 집 상황은 최악이 되어 버렸다. 

 

 

그때 당시의 상황은 지금생각해도 정말 암울했다. 나의 머리와 마음은 더욱 화로 가득하여 마음과는 다르게 가족들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던 중 무슨 일이라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일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지쳐만 갔다. 그러자 친구들도 나를 외면하는 것만 같고, 내가 생각해도 암울할 정도로 상태는 심각해지는 것만 같았다. 이러다 큰일이 나겠다 싶어 이런 저런 다양한 일을 찾아 해봤지만 무슨 일을 해도 체력이 안 따라 주니 오래가지를 못 했다.


'나는 계속적으로 무엇인 가를 찾았다. 나에게 맞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무엇을 해야 안정을 찾을까?'

 
고민에 고민을 하며 책을 읽던 어느 날 “사람”이라는 단어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동안 주변의 사람들로 인해 받았던 감정 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며 공부에 대한 갈망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가 마흔을 넘긴 나이였다.

 

 

 

part2. 방송대와의 만남, 공부의 시작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으나 경제력은 바닥이어서 큰 돈을 들여서 공부할 여건은 안 되었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부딪히며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기에 인터넷을 뒤지며 사이버대학을 알아보고 있던 중, 어릴 적 친구와 통화를 하다 한국방송통신대학이라는 곳을 알게되었다. 무작정 사이트를 방문하여 살핀 후 며칠을 고민하다 원서를 쓰게 되었다.

 

그때의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저 무엇인가를 잡고 생각과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여기에(한국방송통신대학) 집중이 되어 교재가 오기를 기다리며, 공부할 날만을 손꼽았다. 


그렇게 설렘을 담은 기대감으로 시작했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문제들이 앞을 가로막기도 했다. 하지만  공부를 끝까지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또 등록을 하였다.

 

 

 

part3. 나만의 공부방법을 찾아서


예전에는 편지조차도 적을 줄 몰랐고, 시라는 것에 관심조차도 없었는데 갑자기 혼자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종이에 적는 것은 속도감도 없었고 순식간에 쓰이지 않아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앞에 앉으면 글쓰기에 빠져 공부는 뒷전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교재에서 문장 하나를 보며 혼자서 궤변을 늘어놓게 되었다.

 

 

 

위의 사진 속의 글귀를 보며 혼자서 ‘현재는 과거를 토대로 재개발되고 발전되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닌데, 인간은 지난 일들 또는 힘들었던 과거를 지워버리고 잊어라 외친다. 너무도 모순덩어리다. 지나간 일들 속에서 좀 더 나아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고, 재충전되는 것이 아닐는지. 자기 판단대로 해석하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게 인간이다. 인간은 죽음을 맞을 때까지 모순덩어리로 남을 것이다.’ 라는 나름의 토를 달아보기도 했었다.


이뿐 아니라 . . . 아래의 사진 속 글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것도 생각난다. 다른 이들은 이것이 무엇이기에 그리 혼자서 흐느끼나 하겠지만, 인간의 속성에 대해 알고 싶었던 나에게는 크게 와 닿는 글이었다.

 

 

 

이렇게 엉뚱한 쪽으로 생각하다 보니 교재를 끼고는 있지만 문장 하나, 글귀 하나에 빠져서 진도는 더뎌 지고 성적 또한 좋지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뒤처질 내가 아니기에 대학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 성적을 올리고 보자 싶어서는 교재와 씨름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교재에다 제목별로 표를 하여 빨리 찾고, 쉽게 볼 수 있게 하여 제목만 보아도 무슨 내용이 있겠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하루에 강의를 3~5강 정도를 먼저 들은 후에 교재를 보는 방식으로 하였으며, 강의 때마다 교수님들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가끔 농담하시는 것도 적어가며, 한 강의 마다에 있는 큰제목과 소제목을 주목하면서 읽고, 끝낸 후에는 요점정리나 요약이 있다면 꼭 본 후 연습문제를 풀어서 내용 파악을 하도록 하였다.

 

그런 다음에는 기출문제를 풀어보면서 소제목과 내용이 맞는 곳에다 아래의 사진처럼 년도마다 다르게 흔적을 남겨서 겹치는 부분이 있는지 알 수 있게 하였고, 시험 전에 다시 교재를 볼 때에는 흔적이 남은 곳을 집중적으로 다시 보았다.

 

 

 

 

위의 사진은 기출문제를 인쇄하여 교재의 페이지를 적고, 오답은 왜 틀린 것인지를 옆에다 적어 두었다. 이런 식으로 한 후에 다시 볼 때에는 교재 내용을 전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였다.  

 

 

 

part4. 글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교재를 깊이 있게 보면서 과제물에도 신경을 쓰다 보니 공부하는 것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고,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나의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넉넉할 때에는 세상의 밝은 곳에만 주목을 하게 되었고, 그늘에 가려진 곳은 그다지 보이지 않더니 내가 인생의 밑바닥까지 가보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보아서인지 세상의 어둠 속에 있는 이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나의 아픔을 어느 정도 치유하고 나니 다른 이들의 아픔이 보이기 시작하였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세상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말을 할 수 있음에도 자신의 말을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약자들은 권력자의 큰소리에 주눅이 들어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이게 되어 부당하다는 것조차 모르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지금 당장 내가 이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으로 응원하는 것이지만, 인간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여 이들의 억울함이나 힘겨워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은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