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부터 디지털 카메라가 급속히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사진은 ‘언제·어디서나·누구나’ 찍을 수 있는 ‘낯설지 않은’ 매체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관련 산업 역시 빠른 속도로 발전해 왔다.
디지털 카메라 시대가 열리면서 사진에 대해 전반적인 관심을 가진 인구가 늘어났지만 대다수의 일반인들에게 ‘예술’로서의 사진은 아직까지도 낯선 영역이다. 하지만 ‘예술로서의 사진’은 수년 사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안드레아스 거스키와 같은 해외 유명 작가들의 사진작품은 수십억원에 거래되기도 하며 사진을 미술시장의 ‘신흥 강자’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또한 국내 작가들의 작품들이 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미술시장의 ‘다크호스’ 사진. 국내 미술시장에서 사진이 갖는 위치와 현실, 그리고 그 발전 가능성에 대해 알아봤다.
 


예술사진 시장의 형성

사진은 19세기에 그 모습을 드러낸 이후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인정받기까지 순탄치 않은 여정을 거쳐 왔다. 그림을 편하게 그릴 수 있게 하는 도구에서 시작된 사진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록성과 진실성을 가진 ‘예술’로 인정받게 됐다.
그러나 다른 미술품과 같이 순수예술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여년 전이다. 1980년대 후반 미술시장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맞으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게 됐고, 기존 미술의 대안으로 사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조금씩 미술시장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다.
국내의 사진시장은 1990년대 후반 해외 미술시장에 불어 닥친 ‘사진 붐’ 현상의 영향을 받으며 본격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현재는 미술시장의 주요장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박혜림 갤러리룩스 큐레이터는 “현재 거래되는 사진 작품들의 가치가 많이 올라 미술품들과 거의 동등한 위치에 올라와 있다”며 “기존 미술품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 받는 새로운 장르

미술품거래는 1540년 네덜란드 앤트워프에 미술품거래소가 처음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약 470년 동안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본격적으로 미술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지 20여년 밖에 되지 않은 사진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실로 괄목할만한 일이다. 지난 2000년 볼프강 틸만스가 영국 최고의 미술상인 터너상 수상작가로 선정되면서 사진은 미술 시장에서 ‘새로운 장르’로 위상을 떨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미술전문잡지 <가브리우스>는 사진 작품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한 2000년을 ‘미술시장에 사진이 자리 잡은 원년’이라 정의했다.
사진전시와 경매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작품의 상업적인 가치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1990년에는 사진작품으로서는 최초로 10만달러대의 작품인 ‘포토그램’(만 레이 작)이 11만4천달러(약 1억2천만원)에 거래됐다. 15년 후인 2005년에는 리처드 프린스의 작품 ‘무제’가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124만8천달러(약 13억원)에 거래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에도 기록은 꾸준히 갱신돼 2007년에는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99 cents Ⅱ’가 런던 소더비경매장에서 334만6천457달러(약 30억원)에 판매됐다.
지난달에는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평양 Ⅳ’라는 작품이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30만파운드(23억2천만원)에 거래돼 ‘가장 비싼 사진작가’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전시 활성화, 시장형성은 아직?

국내 최초의 예술사진 전시는 1929년 정해창이 열었던 ‘예술사진개인전람회’다. 하지만 이후에 예술사진 시대의 맥을 이어가지 못하다가 본격적으로 서울올림픽이 개최됐던 1988년부터 세계화 열풍이 불면서 사진전시는 활성화 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사진은 기존 미술 장르와의 교류를 통해 사진의 새로운 모습과 발전방향을 제시하며 성공적으로 예술계에 데뷔했다.
1999년부터는 해외 사진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국내 사진시장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후 시각적 만족도를 높이는 다양한 사진전시로 사진시장은 발전을 거듭했다. 또한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적으로 보급돼 사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중성도 확보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국내 작가들의 작품거래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현재 국내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미술작품 중 사진전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정도다.
‘소나무’ 시리즈로 유명한 배병우 작가의 작품이 뉴욕 소더비 경매와 런던 필립스 경매에서 각각 1억2천만원과 1억1천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또한 김아타 작가는 지난 2007년 뉴욕 맨하탄에서 열린 제1회 뉴욕 아시안 아트페어에서 On-Air project 등 작품 14점이 개장 3일만에 약 13억4천만원에 팔렸다는 소식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사진작품 거래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좋은 작품을 적절한 가격에 구매할 수용층이 아직까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에서 김도균, 주상연, 권무현 등 여러 작가들의 사진작품이 판매돼 사진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회화와 고미술 등의 경매에 비하면 그 실적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미술품 경매시장에서의 국내 사진 거래량은 지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총 128건이었고, 낙찰된 것은 69건이었다. 총 거래대금 역시 약 14억원 정도다. 1998년에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이 설립된 이후로 현재까지 미술품의 총 거래액이 천억원을 넘는다. 이중 사진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송상명 갤러리아트사간 대표는 “전반적으로 사진시장의 수준이 높아지고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적다”며 “사진전시나 경매를 통해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수용층이 늘어야 사진시장도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시장의 주역이 되려면?

어떤 분야의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여건의 조성이 필수적이다. 사진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사진 동호인이 늘어나면서 각종 지자체 등은 다양한 콘셉트의 사진공모전을 열고 있지만 대개 취미사진가를 위한 이벤트성 행사가 대부분이다.
문인들에게 신춘문예가 있다면 신인 사진가들에겐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들이 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특정 지역에 머물면서 예술가들의 다양한 교류 및 예술관계 기관 운영자들의 교류와 교육 등의 목표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숨겨진 작가들을 발굴·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진작가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2002년 공식 출범한 박건희 문화재단의 활동이 대표적이다.
박건희 문화재단은 ‘다음작가상’이라는 젊은 작가 창작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을 매체로 작업하는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1인을 선정해 지원금 3천만원을 포함 전시 및 기타 비용 4천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사진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진전문 전시장이 더 늘어나야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양한 전시주제와 방향성이 뚜렷한 전시를 기획하고 보다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관람객들이 스스로 사진갤러리를 찾게 될 것이라는 것.
박혜림 갤러리룩스 큐레이터는 “예전보다는 사진예술을 보는 안목이 높아져 사진전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더 늘었다”며 “사진시장이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젊은 작가의 발굴·지원과 시민들이 사진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문화행사·교육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배 기자  redpark@knou.ac.kr

출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학보사
http://news.knou.ak.kr/
 


 

Posted by 한알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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