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 사람들/방송대 동문 이야기

[매경춘추]고졸시대를 기대하며

한알맹 2012. 10. 8. 15:59

[매경춘추]고졸시대를 기대하며


장대비가 무섭게 쏟아지는 날인데도 행사장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소란스러웠다. 열예닐곱의 젊은 남녀 고등학생들이 끼리끼리 어울리며 웃고 말하는 소리가 건물 벽을 타고 큰 반향을 일으키며 빠져나가고 있었다. 깊은 숲 속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저렇게 발랄하고 상큼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지난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고졸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매경 취업 박람회`는 고졸시대를 맞아 새롭게 자기 인생을 설계하려는 남녀 고등학생들의 초롱한 눈망울과 설렘으로 행사장 안이 환하다 못해 눈부실 정도였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것이 무슨 불문율처럼 행세해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대학진학률을 자랑하고, 대학 졸업이라는 학력이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까지 대졸자들로 채워졌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학력과잉의 시대다.

취업박람회장은 미래에 대한 열망과 희망으로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이날 하루 대기업과 중소기업, 금융권의 면접을 통과한 수만 1000명에 가깝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겠다.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과 국외 한상 기업 등 이른바 글로벌 기업까지 참여하고 있었다. 그들 중 여학생 한 명을 잡고 물어보았다. 다들 대학을 가려고 하는데 왜 취업박람회에 왔느냐고. 어리석은 질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꼭 대학을 가야만 하느냐는 현명한 답이 돌아왔다. 요즘 젊은이들이 얼마나 당당하고 자기 확신이 분명한지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른바 고졸시대의 문이 활짝 열릴 모양이다. 우리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반가운 변화의 와중에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조건이 있다. 고졸 취업자들에게 그들이 원한다면 대학 진학의 기회를 포함해 다양한 자기발전을 위한 교육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때에만 이 제도가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먼저 직장을 잡은 이들 젊은이가 원격 대학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와 일반 대학 등에서 쉽게 대학교육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제도를 잘 마련하는 일에 정부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모아져야 할 때다.

[신문지면] 





▶ 기사 바로가기 매일경제 <10월 5일 A3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