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map/KNOU 학보사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게 딴지를 걸다.

한알맹 2011. 11. 18. 15:50



“즐거운 인생은 따로 있다. 행동하라, 롸잇 나우”

 



방송대학TV(OUN) 프로그램인 ‘책을 삼킨 TV‘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등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진짜? 하는 마음으로 방송 촬영 현장을 찾아갔다. 정말 김어준이 있었다. 이 때가 아니고서야 14년 외길 ‘딴지 인생’을 살아온 그를 언제 또 무슨 명분으로 만날까 싶어 ‘인터뷰 좀 하시죠’ 말해버렸다.

 



반갑습니다.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테니 자기소개 간단하게 해주시죠.
인터넷 찾아보면 주르륵 나오잖아요.

김어준 본명인가요? 흔한 이름이 아니기도 하고 독특하기도 하고요.
네. 본명이에요. 어조사 어(於)자에 준걸 준(俊)자를 쓰죠. 어조사가 영어로 하면 전치사죠. ‘from’ ‘at’ 이런거요.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인데, 지금 생각해봐도 사람 이름에 전치사를 썼다는 게 좀 그래요. 아버지 주장으로는 어조사 어 자에 ‘늘’ ‘항상’이라는 부사적 의미가 있다는데 아무리 큰 사전을 찾아봐도 없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아버지 주장으로는 늘 준걸해라. 라는 뜻이랍니다. 괜찮은데요. 그런가요. 어렸을 적에는 어중이떠중이라고 놀림까지 받았어요. 지금은 나쁘지 않아요. ‘어준’이라는 어감이 저하고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총수시잖아요. 삼성 총수 돈 많이 벌죠. 조선·중앙일보 총수들도 부자잖아요. 어떻게 딴지일보로 돈 좀 버셨나요?
글쎄요. 정확히 헤아려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먹고 살만 했어요. 돈에 관해 얘기하자면 저는 애시당초 돈을 많이 벌고 싶었던 적이 없었어요.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불안하다고들 하잖아요. 저는 안 그래요. 돈이 없으면 불편하기는 하지만 불행한 것과는 다르니까요. 부촌으로 유명한 성북동에 산다고 들었는데. 성북동에는 말이죠. 그러니까 회장님과 회장님을 위해서 살아가는 분들 두 부류로 나뉘어져 있는데, 저는 회장님을 위해 살아가는 분들과 가깝게 살고 있죠. 직원들 월급은 제 때 주시죠? 월급 주는 게 전혀 어렵지 않을 때도 있었고, 굉장히 어려울 때도 있었고, 지금은 중간 정도예요.

인터넷 언론 매체가 다양해지다 보니 딴지일보가 침체기였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딴지일보가 침체기요? 무슨 침체기야? 잊혀졌던거죠.(웃음)

지난 2009년에 딴지일보가 11년만에 홈페이지를 개편해 주목을 받았었는데 어떻게 그 후로 다시 치고 올라오고 있나요?
글쎄요. 저는 딴지일보가 항상 존재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딴지일보 식 콘텐츠와 정서에 대해 더 이상 귀기울이지 않고, 재미없어 한다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김대중·노무현 정권 거치면서 딴지일보가 할 얘기가 많이 줄어들었었죠. 할 얘기가 줄어들었다니 어떤 의미죠? 어떤 대상을 조롱하고, 야유하고, 풍자하려면 대상 자체가 가진 조악함이 있어야 해요. 일단 대상이 허접해야해요. 허접한 데 안 허접한 척 하면서 동시에 굉장히 권위적으로 행동할 때 풍자가 의미를 갖죠. 또 풍자나 패러디라는 것이 대놓고 말하긴 무서운 상대를 향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노무현 정권 때는 무슨 얘기든 대놓고 했으니 풍자가 왜 필요하고 패러디가 왜 필요했겠어요. 풍자할 대상이 한 동안 없었다는 거죠. 풍자의 효용가치도 낮았고요.

최근 몇 년 새 무척 바빠 보이던데요?
바쁘죠.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정권을 비판하면 육신에 대한 복수가 이뤄졌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경제적 복수를 해요. 저는 그것을 ‘밥줄공안’이라고 하는데 현 정권이 하는 일에 반기를 들면 밥줄을 위협하는거죠. 내 밥줄이 끊길까봐 부당한 것을 알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는 건 스스로 부끄럽고 자괴감 드는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현 정권은 자신들 편하자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자괴감을 들게 하는 방식으로 공안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 딴지일보가 할 일이 많아진거죠. 할 말은 해야 하니깐요.

할 말은 해야한다니 나름의 근거가 있을텐데요?
단 한 마디로 정리하면 쪽팔려요. 현 정부가 갖고 있는 세계관이 천박하고 쪽팔려 두고 보기가 힘들다는거죠. 신자유주의 일색의 정책, 토목적인 세계관도 문제라고 보고요. 대통령이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다는데 제가 볼 땐 ‘정(情)이란 무엇인가’를 읽은 것 같아요. 정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철학과 세계관을 같이 하는 동지들이 모여 해야 하는 것인데, 이 정권의 특징은 이익으로 결집한 집단이 모여 정치를 하죠. 이익으로 결집한 집단이다 보니 이 정권이 어떤 판단이나 결정을 내렸을 때 누구에게 이익이 되지는만 봐도 결정을 내린 이유를 알 수 있게 되는거죠.

그렇다면 정권이 바뀌고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나요?
아니죠. 사람들이 더 많이 오는데 서버 관리비는 더 들고, 광고는 더 안 들어오고 굉장히 어렵죠. 광고를 안줘요.(웃음)

후원회 없나요?
그런 짓은 못해요. 속된 말로 가오가 상하니까요. 돈이 없으면 차라리 그냥 굶자주의죠. 남사스럽잖아요. 딴지일보가 그렇다고 무슨 엄청난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요. 그리고 저는 딴지일보를 만드는 일에 공명심이나 사명감이 있어 하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 정권이 마음에 안드니까 또 문제가 있으니까 목소리는 내는데 내가 좋아서 하는 일에 도움받는 것도 좀 그렇고. 십년 넘게 안 망했으니 잘 버텨봐야죠.

그렇다면 김어준을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나요?
글쎄요. 중도 우파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서구식 좌우의 개념을 기준한다면 그렇다는 것이죠. 그게 우리나라에서 좌파 아닌가요.(웃음) 중요한건 좌와 우가 뒤섞여 있는 사람인 것은 틀림없고, 본능에 의해 마음가는대로 사는 것이 가장 좋다고 봐요. 애매한데요. 서양에서 만들어진 개념인데다 완전한 개념도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월드컵 때 박노자 교수, 인권사랑방에서 축구에 열광하는 국민들을 보며 파시즘을 본다고 했어요. 월드컵에 열광한다고 해서 축구공을 만드는 제3세계 아이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냐고 말이죠. 개인적으로 박노자 교수나 인권사랑방을 좋아하고 인정하지만 소위 좌파다 진보다 하는 지식인이 보여주는 지나친 강박이고 죄의식 아닌가라고 생각해요.

딴지일보 총수를 만났으니 다시 딴지일보에 대해 질문 좀 할께요. 1998년 시작해 지금까지 딴지일보를 운영해 올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인가요?
재밌어서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있고, 우리 사회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특히 풍자를 통해 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본인이 안하면 없어지나요?
아마도 두 가지 경우 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데요. 누군가에게 넘기거나 아님 저만 빠져 나오거나 그렇겠죠. 딴지일보도 어엿한 하나의 생명체가 됐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없애기는 아무래도 좀 그렇지 않겠어요.

딴지일보 외에 다른 매체나 방송에서도 볼 수 있던데?
이런 저런 매체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도 그렇고, 방송을 하는 것도, 책을 내는 것도 재미있어서 해요. 방송은 특히 생방송이 좋아요. 이 순간이 지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긴장감이 좋더라고요. 평소 긴장이라는 것을 잘 안하는데 생방송은 긴장을 안할 수가 없거든요. 또 제가 방송인도 연예인도 아니다보니 방송에 대한 부담이 덜해요. 프로그램이랑 안맞으면 그만 두면 되니까요. 방송을 해서 그런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저한테 도대체 정확한 직업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어요. 저도 정확한 제 직업이 무엇인지 정의를 못하겠어요. 지금껏 살아오면서 무슨 직업을 갖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기도 했고요. 결론적으로 그래서 저는 ‘김어준의 직업은 김어준이다’라고 하고 있죠.

‘책을 삼킨 TV’는 어떻게 출연하시게 된건가요?
섭외가 왔으니 하게 됐고요. 앞서 말한 것처럼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한다고 했어요. 또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책 자체보다 그 책을 통해 느꼈던 감정이나 책과 관련해 들려줄만한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시청자와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라서 괜찮겠다 싶었죠.

방송대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
물론이죠.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를 즐겨 들었는데 유난히 방송대 강의가 나오는 주파수가 잘 잡혔어요. 방송대에 대해 잘 모르지만 여전히 방송대하면 라디오 강의를 듣고 공부하는 학교라는 생각이 나요. 라디오를 들으면 공부를 한다는 발상 자체가 참 멋져 보이기도 했고요.

딴지일보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그렇고 모 신문사에서 진행했던 상담 코너도 그렇고 만만치 않은 내공이 느껴졌는데. 원천이 궁금해요.
철저한 경험주의가 아닐까 싶은데요. 저는 뭐든 경험에서 배웠어요. 이런 저런 경험을 하고 난 뒤에 세상을 설명한 이론들이 많다는 걸 알고 참고용으로 책을 읽었어요. 이론적으로 무장돼 있지만 정작 자신을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오히려 답답해요. 한계도 느끼고요. 그 사람들보다 제가 잘났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경험이야말로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선지식이라고 생각해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한 번뿐인 인생 기왕이면 뽕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번 사는데 숙제하면서 살 순 없잖아요. 갑자기 웬 숙제 이야기냐 할 수도 있을텐데요. 자기 주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인생을 숙제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도대체 누가 그 숙제를 내줬는지 모르겠어요. 이 숙제가 누구한테서 왔으며 왜 해야 하는지 질문하지 않고 숙제 풀기에만 급급하죠. 스스로에게 숙제 내고 고민할 시간 있으면 그냥 무엇이든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겨 보라고 말하고 싶네요. 딴지일보도 그냥 해볼까 해서 한거 거든요. 물론 그냥 해서 다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안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어요. 계산기 두드리지 말고 그냥 해보는 것, 그게 인생을 폼나게 사는 최고의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방송대에는 다양한 연령층에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많다고 하던데요. 기왕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고 방송대에 입학했다면 안되는 이유보다 즐겁게 대학생활 하시길 바랄께요.

< 안선정의 전체기사보기 저작권자 ⓒ 방송대학보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