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격무에 시달리던 직장인, 가사에 얽매여있던 주부, 힘들고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도 늘 불안하다. 불안은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강박이 되어 컴퓨터 앞으로, 학원으로 몸을 움직인다. 현대인에게 공부는 강박이자 스트레스의 표상이다. 공부란 무엇인가. 工夫라고 쓰는 한자말의 어원은 功扶에서 온 것으로 전해진다. 무언가를 돕거나 세워 ‘공(功)’을 성취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를 위해 하는 공부지만, 누군가를 돕거나 무언가를 이루게 한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공부는 성적과 다르다. 공부가 공을 성취하기 위한 행위라면, 성적은 행위로 얻은 결과다. 배우면서도 끝없는 공허함이 느껴지는 건 이 둘의 의미를 혼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성적을 목표로 한 공부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보다 성취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