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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때 1·2등 자매 "학교는 싫어" 홈스쿨링

한알맹 2011. 11. 22. 14:12



중학때 1·2등 자매 "학교는 싫어" 홈스쿨링




경기도 군포시에 사는 쌍둥이 자매 장지원·채원(16)양은 지난해 2월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학원을 안 다니고도 중학교 3년 내내 1~2등을 할 정도로 우등생이었던 자매는 중3이 되면서 고민에 빠졌다. 고등학생 친척을 보면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밤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다. 대학에 가기 위해 온종일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고등학교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했다.

자매들은 이런 생각을 어머니(주정란·43)에게 자주 털어놓았다. 주씨도 한국 공교육의 현실을 끔찍해하던 차였다. "아이들이 '학교 수업 1시간이 10시간 같다'고 이야기해요. 고등학교에 가면 우리 애들도 대학교 가려고 죽도록 공부만 해야 할 텐데, 애들이 안 됐고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 모녀는 집에서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기로 했다. '홈스쿨링(home-schooling·학교 대신 가정에서 배우는 대안교육 방식)'의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자매는 매일 아침 8시에 일어나 책을 읽고, 영어를 공부하고, 태권도 학원을 다녔다. 클라리넷, 붓글씨도 배웠다. 자매는 홈스쿨링 6개월 만에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올해 3월 한국방송통신대 유아교육학과와 법학과에 각각 입학했다.

1990년 말부터 국내에 본격 알려지기 시작한 홈스쿨링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교육학계와 교육 당국에 따르면 국내 홈스쿨링 가정은 5000~1만여곳으로 추정된다. 홈스쿨링 학생들의 모임인 '공간 민들레'는 "2년 전보다 상담전화가 두 배로 늘었다"고 했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자기 주도학습 능력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가 점점 각광받는 데다 대학 졸업자들의 심각한 취업난, '간판'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분위기 등이 홈스쿨링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덕희 조선대 교육학과 교수는 "홈스쿨링이 '충분히 선택 가능한 대안교육'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홈스쿨링은 아직 법적으로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거나 중·고교 학력을 인정받으려면 검정고시를 따로 치러야 한다.



충남 금산에 사는 문준혁(15)군은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에 '적(籍)'을 둔 채 홈스쿨링을 한 경우다. 5살 때부터 소설을 쓸 정도로 글짓기와 그림에 재능을 보였다는 문군의 어머니는 "아이를 좀 더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홈스쿨링을 선택했다"고 했다. 문군은 올해 초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에 입학했다.

대학들도 홈스쿨링 학생들을 위한 특별전형을 잇달아 신설하고 있다. 2006년 인하대가 처음 도입한 데 이어 올해는 14개 대학(홈스쿨링 외의 대안학교 포함)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탤런트 신애라씨가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들(중학교 1학년)의 홈스쿨링 경험을 대중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은 대부분 주(州)에서 홈스쿨링을 적법한 학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 홈스쿨링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가르치는 대안(代案)교육 방식. 우리나라는 의무 교육기간인 초·중학생 대상 홈스쿨링은 법적으로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대부분 주(州)에서 홈스쿨링을 학력으로 인정하는 미국에서는 전체 학생의 3.8%(204만명)가량이 학교에 가지 않고 홈스쿨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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